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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Soul Mate!(2009 원어민교사활용 우수사례)
We are Soul Mate!(2009 원어민교사활용 우수사례)
  Date: 2009-11-25 07:10     View: 3653  


We are Soul Mate!



 



교사 김선영



삼각초등학교(광주)



 



1. Waiting



 



  2월 짧은 방학동안 마음껏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원어민 영어교사가 온다는 공문이 왔다고 연락이 왔다. 올해 새로 맡은 외국어교육 업무에는 영어와 관련된 모든 일들이 전부 내 차지다. 그러니 당연히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온다는 얘기에 마음이 급해져 일주일간의 짧은 방학동안 내내 학교로 출근해야 했다. 공문에는 Hughie라는 이름, 성별은 남자, 출신국가 캐나다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선생님들은 휴지야, 휴기야 하며 낯선 외국이름에 새로 오게 될 원어민 보조교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갔다.



  가장 시급한 일은 원어민 보조교사가 살만한 방을 구하는 일이었다. 두 학교에 걸쳐 배정되다 보니 중심학교와 협력학교 사이의 중간 정도의 위치와 마트나 편의시설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행정실장님과 꼬박 3일을 발품 팔아야 했다. 그 덕분에 햇볕 잘 드는 쪽으로 꽤 큼직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원룸 주인에게 특별히 장판과 벽지, 커튼까지 새롭게 해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좀 더 멋지게 꾸며주고 싶은 마음에 물류 창고까지 가서 장판과 포인트 벽지를 직접 고르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시교육청에서 보내준 예산에 맞춰 가전제품과 침구용품을 고르기까지 마치 친정어머니가 딸 예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내가 쓸 물건이다 생각하며 신중히 고르고 골라 원어민 보조교사가 오기 하루 전까지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



  드디어 원어민 보조교사와 만나는 날, 소형차인 내차로는 원어민이 가져오는 큰 가방을 다 실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특별히 차까지 빌려 시교육청으로 원어민을 데리러 갔다. 한 사람씩 원어민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내 심장도 같이 두근두근 거렸다. 누가 우리 학교 원어민인 Hughie일까하고. 그런데 그 곳에 있는 원어민들의 이름을 끝까지 부르는데도 Hughie라는 이름을 가진 원어민은 없었다. 이런, 담당 장학사님 말씀이 아직 캐나다에서 출발도 안했다는 거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오기만 하면 짠∼하고 근사한 방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다. 실망감을 컸지만 어쨌든 원어민 보조교사를 맞이할 시간을 좀 더 갖게 되었으니 차분히 원어민 보조교사를 활용할 계획을 더 상세하게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원어민 보조교사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날들이 지나가다 예정된 날에서 2주정도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시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밤늦게야 광주로 내려온다는 소식에 장학사님은 본인 댁에서 하룻밤 재울 수도 있다는데 내 생각엔 늦게라도 마련된 원룸으로 들어가 빨리 짐을 푸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버스터미널에서 장학사님과 원어민을 기다리기로 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한참을 기다린 후에 큰 가방들을 매고 끌고 걸어 나오는 원어민이 보였다. 아들 녀석이 손수 만든 종이 왕관을 직접 원어민에게 선물로 건네주며 조촐한 환영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늦은 밤 Hughie와 첫 만남을 가졌다. 3층에 있는 원룸으로 트렁크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보일러, 세탁기, 냉장고, 가스렌지 등 간단히 세간 살이 작동법을 설명해 주었다. 내일 아침 8시에 원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샌드위치와 물을 건네주고 집에 오니 밤 12시가 다 되었다.



 



2. Adaptation



 



  늦은 밤에 도착해서 출근할 학교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 다음 날 아침 휴이를 태우러 원룸 앞으로 갔다. 원어민 보조교사가 출근한 첫날은 목요일이고 원어민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나는 첫날부터 영어수업을 보조할 수 있도록 바로 교실로 투입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역시 교장 선생님의 혜안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긴 여행으로 아직 시차 적응도 안됐을텐데 이번 주까지는 학교 적응하는 기간으로 하고 다음 주부터 수업에 들어가라고 특별히 배려해 주셨다. 그러면서 내가 캐나다로 한국어를 가르치러 갔다고  반대로 생각해보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는데, 그 말씀이 항상 머릿속에 남아 무슨 일이든 원어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게 됐다. 첫날은 함께 학교를 돌아보며 필요한 곳을 익히고 영어수업을 함께하게 될 5학년 선생님들과 첫 만남도 가졌다. 수업이 없는 이틀 동안은 5학년 연구실에서 선생님들과 얼굴도 익히며 기본적인 수업 준비를 하면서 보냈다. 그날 오후에는 바로 농협에 가서 급여통장을 만들었다. 아직 외국인 등록증도 없이 여권만가지고 통장을 만들기에 조금 불편했지만 급여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서둘러 통장을 개설했고 휴이도 이런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건강검진을 위해 쓸 증명사진을 위해 디카로 사진을 찍어 사진관에서 출력하고 근처에 있는 협력학교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직접 협력학교로 함께 탐방했다. 휴이의 원룸은 중심학교와 협력학교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곳으로 주변에 마트와 길거리 시장, 김밥나라, 병원, 약국 등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 있어 본인도 정말 만족해했다.



  다음 날은 마약류테스트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다. 다른 원어민들은 이전에 함께 와서 단체로 검사를 했는데 휴이는 후발주자로 늦게 도착하게 되어 내가 직접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를 받게 해줘야했다. 검사를 위해 아침도 거른 상태라 오전에 검사를 끝내고 급식실에 가서 점심을 먹도록 했다. 물어보니 채식주의라고 해서 급식실 영양교사에게 매일 메뉴가 정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김치와 나물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특별히 당부를 했다. 그날 퇴근 후에는 휴이가 살고 있는 원룸을 중심으로 해서 지리를 익힐 겸  차로 동네를 한바퀴 휘 돌았다. 근처에 있는 대학캠퍼스도 둘러보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입에 맞을 한국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하고 알아볼 겸 채식뷔페를 찾았다. 휴이는 채식으로 구성된 다양한 음식들을 보자 정말 좋아하며 오랜만에 마음껏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처음 와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울텐데 처음 만나는 협력교사로 가능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편하게 말해달라고 했다.



  휴이는 다른 원어민들보다 늦게 도착해서 행정적인 서류 절차 역시 협력교사인 내가 직접 해야만 했다. 시교육청에 함께 가서 계약서 작성하는 것과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들러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한 서류 작성 역시  함께 했는데 다행히도 모든 일들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국립국제교육원에서 EPIK 협력교사를 위한 1박 2일 연수가 있었는데 원어민 보조교사와의 협력수업이나 활용문제 등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은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연수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먼저 영어로 된 한국문화에 관한 책과 한국관광가이드 책을 복사해서 시간나면 읽어보라고 주었다. 일단 한국의 문화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어야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교육청에서도 원어민들의 정착을 위해 지도와 지역에 대한 소개를 담은 책자를 동봉해서 주었지만 살펴보니 원어민 스스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학교와 원룸을 중심으로 한 지도를 복사해서 인근 지리를 익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원어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에 하나가 길을 찾는 일이다. 다행히 휴이의 원룸은 큰 길에서 찾기 쉬운 위치에 있었고 본인이 걷는 것을 좋아해 집 주변을 중심으로 길을 열심히 익히고 있었다. 가끔씩 길을 잃어버려 몇 시간동안 길을 헤맸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곤 했다.



  한국에 온지 2주일 정도 지난 3월 말경에 2차로 입국한 EPIK 원어민들을위한 연수가 서울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있었다. 일전에 나도 다녀온 곳이라 광주에서 서울까지 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주고 처음 찾아간 나도 금방 찾았으니 휴이 너도 잘 찾을 수 있을거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래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불안한 마음에 국립국제교육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휴이가 잘 등록했다는 확인을 받은 후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EPIK 연수를 받고 온 후 휴이의 본격적인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3. Superb works



 



  원어민 보조교사는 주당 22시간의 수업을 하는데 중심인 우리 학교에서 12시간의 수업을 보조하게 된다. 이 시간을 가능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교장, 교감, 연구부장 선생님들과 다양한 논의를 거쳐 최종안이 나오게 되었다. 1학기에는 5학년 7개 반의 영어 수업을 1시간씩 보조하고 남은 5시간 중에 2시간은 3∼6학년 영어 심화반을 운영하고, 2시간은 교원·학부모 영어연수, 1시간은 3∼4학년 국제이해수업시간으로 정했다. 휴이가 우리 학교에만 상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학생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구성하였다.



  한국도 처음이고 영어를 가르쳐본 경험도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렇게 다양한 수업들을 준비하고 보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휴이는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캐나다에 계시는 휴이의 부모님은 학교 선생님들이라는 말에 교장선생님은 역시 교육자 집안이라 행동이 바르고 열심히 한다며 휴이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3월 한 달 동안은 토요일마다 커피숍에서 만나 영어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영어 수업 지도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5학년 영어수업보조는 어느 정도 내용을 익힌 듯 했는데, 야심차게 준비한 3∼6학년 영어 심화반 수업이 휴이에게는 조금 힘든 모양이었다. 3∼4학년과 5∼6학년 학년들을 한 반씩 만들어 영어 테스트를 통과한 20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를 배우는 시간인데, 한국어 선생님 없이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 통제가 잘 안된 모양이었다. 원어민 교사가 직접 영어 수업을 지도해보는 연습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초보 선생님에겐 무리였나 보다. 그럴 땐 수업 전에 내가 한 번씩 분위기(?)를 잡아주고 오면 아이들 태도가 조금 더 나았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학부모 영어 연수와 교원 영어 연수가 1시간씩 배정되어있는데 교직 경험이 전혀 없는 휴이는 이러한 수업들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할지 처음엔 무척 막막해했다. 먼저 교원 연수를 위해 한 학기분의 대화 주제들을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로 15가지 정도 나누어 제시해 주었다. First contact, Getting about, Entertainment, Meeting people, Money, Housing, Health, Transport, Sightseeing, News and Weather, Jobs, Communications, Eating out, Education, Holidays 등의 큰 주제 안에서 배울 수 있는 영어표현과 free talking을 이끌어내 보자고 하였다. 학부모 영어 연수는 학교에 있는 영어 도서를 활용하고 원어님 선생님과 함께 배운 영어동화를 자녀들에게 읽어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Storytelling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그리고 동화 읽기의 기본적인 지도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나의 의견일 뿐이고 교육 내용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선택의 여지를 휴이에게 일러두었다. 휴이는 미리 자기소개 PPT를 준비해서 첫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앞으로 수업을 어떻게 전개해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교실에서 담임교사 이외의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참관하면 선생님들은 굉장히 불편해하는데, 원어민 보조교사와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두렵고 불편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떻게 하면 원어민 보조교사와 함께 영어 수업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해결방법을 원어민 보조교사와 함께 찾아가고 싶었다. 마침 시교육청에서 영어교사 연구모임에게 연구 지원을 해주고 있어 [원어민 보조교사와의 효과적인 협력수업 방안]이라는 연구주제로 5학년 선생님들 몇 분과 협력교사인 나, 그리고 원어민 보조교사 휴이가 함께 연구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삼각영어학습연구회(Samgak  English Learning Club)를 조직하고 5학년 선생님들과 휴이의 협력수업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나갔다. 학교단위의 공개수업 발표가 한 차례 있었는데 인근 학교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협력교사 선생님들이 원어민 보조교사와 함께 하는 영어수업을 참관하러 많이 와주셨다. 수업협의회에서는 선생님들과 함께 효과적인 협력수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거기에서 나는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해야 할 3Co's 라는 협력 방안으로 Contact, Communication, Cooperation - 자주 만나자, 아이디어를 교환하자, 서로 돕자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휴이가 제시한 방안으로는 Talk together, Be flexible, Be Consistent, Be patient, Help each other! 였다. 협의회 발표를 위해 나와 휴이 둘 다 따로 PPT를 준비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효과적인 협력 수업을 위해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안들이 거의 같았다.



  휴이는 배움에 있어서도 열심이었다. 시교육청에서 원어민 보조교사들을 위해 마련한 한국어 학습 강좌에도 가장 먼저 신청해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다. 물론 한국어가 그리 쉽게 익혀지는 언어는 아니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를 익히는 계기가 되고 다른 원어민 친구들과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EPIK 후발대로 와서 아는 친구도 없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좀 걱정이 되었는데 한국어 수업을 통해 여러 원어민 친구들을 만나고 그곳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 여겼다. 한국어 수업을 받는 첫날은 강의실을 안내해 주고 한국어 교재 구입하는 것도 도와줄 겸 함께 갔었다. 휴이가 좋아하는 떡을 좀 사와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줬다. 그 덕분이었는지 마지막 한국어 시험에서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뿌듯해했다. 마지막 폐강식에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노력을 치하하며 작은 머그컵을 선물해줬더니 옆에 있던 다른 원어민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했다.



  여름 방학 동안에는 학교에서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지도하기도 하였다. 이 캠프는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의 협력 수업으로 진행됐는데, 캠프를 희망하는 20명의 학생들로만 이루어져 휴이와 내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10일 동안 즐겁게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수업 전날 내일 있을 시간표를 확인하고 서로 잘 하는 과목을 정해서 누가 수업을 이끌고 보조할 것인가를 정해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연속된 4시간 수업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영어보조교사로 생활한지 5개월밖에 안됐는데도 휴이는 수업 준비는 물론이려니와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조금씩 자신감을 더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4. Marvelous mate



 



  휴이는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하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넓고 겸손한 친구다. 내가 짧은 영어로 손짓발짓해가며 원하는 바를 말하면 그걸 어쩜 그리도 잘 이해하는지 나의 요구를 정확히 알아챈다. 공개수업 발표와 협의회를 위해 협력수업에 대한 내용으로 PPT를 만들어 발표를 부탁했는데 내가 기대하던 것 이상으로 준비를 잘해주었다. 또 근무상황 점검을 위하여 매일 근무일지를 써달라고 했더니 귀찮다는 내색 없이 지금까지 우리 학교로 출근하는 날은 그날 한 일을 자세히 기록해서 매달 말일에 내가 잊어버리고 있어도 척척 알아서 제출할 정도였다. 학교신문에 원어민 선생님을 소개하는 기사를 써달라는 부탁에도, 영어체험실을 꾸미는데 필요한 문구와 대화문을 교정해 달라는 부탁에도, 영어수업안 교정 부탁에도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Yes, OK, Sure∼!!



  매주 금요일 아침 학교 방송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영어퀴즈]라는 코너를 기획해서 휴이가 진행하고 있는데 내가 퀴즈를 만들어 보여주면 틀린 곳을 수정해주고, 휴이가 직접 퀴즈를 만들어서 내게 주기도 한다. 아이들이 퀴즈 응모함에 자꾸 손을 넣어 부서졌는데 그걸 다시 휴이가 직접 예쁘게 디자인해서 멋진 응모함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운동회 때는 수업에 들어가는 5학년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5학년이 체험학습을 가는 날에는 학교에서 쉬는 법이 없이 학생들과 함께 가서 우리 문화를 배워오기도 하였다. 아이들을 찍은 사진으로는 각 반마다 다르게 PPT를 만들어 영어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비행기를 네 번이나 갈아타야 올 수 있는 머나먼 나라에 와서 혼자서 이렇게 빨리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휴이가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내에 있는 Gwangju International Center에서 마련한 다양한 체험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하여 한국 문화를 익히는데 노력할 뿐 아니라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전남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강좌에 중급반으로 편성되어 한국어도 꾸준히 익히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한국어 수업과 함께 원어민 친구들끼리 독서클럽을 만들어 매주 수요일에는 그 모임에도 참여한다고. 다른 원어민들처럼 적당히 즐기며 수업시간에 영어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스스로 열심히 자기 계발을 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하는 모습에 교사의 역할을 다하는 휴이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번에 시교육청에서 EPIK 원어민들에게 재계약을 희망하는지를 묻는 공문이 내려왔다. 휴이는 한국에 온지 한 달 만에 내년을 기약해온 터라 당연히 재계약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다른 곳에도 지원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모두 이 소식을 들으시고 휴이가 우리 학교를 떠나면 큰 손실이라며 다른 원어민들에 비해 정말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휴이와 나는 시간이 되면 자주 밥을 먹곤 했다. 채식을 즐기는 휴이에게 한국 음식은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일만큼 최고라고 한다. 식구는 말은 ‘밥을 함께 먹는 입(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휴이와 자주 밥을 먹으면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수업은 잘 해나가고 있는지 등등 많은 얘기를 나눈다. 마치 가족들이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휴이를 Soul Mate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게 자주 만나서 얘기하다보니 마음이 참 잘 맞는 친구인 느낌에서다. 협력교사로서 원어민을 위해 많은 부분 희생이 뒤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하나하나 가르치고 돌봐줘야 하는 일들이 참 많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 희생으로 생각지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봉사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나처럼 멋진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모습이 원어민과 협력교사의 관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이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내가 얻은 것도 정말 많았다. 그중 가장 큰 것은 협력교사인 나에 대한 휴이의 신뢰이다. 그 덕분에 휴이는 언제나 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다음 달에 영어교사 연구모임 단체 워크샵이 예정되어 혹시 그때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뭐든 말만 하란다. 밤을 새워 타이핑을 해줄 수도 있다고∼ 이렇게 멋진 원어민 보조교사가 있는 운 좋은 학교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휴이, 코팅지를 3통이나 넘게 써가며 열심히 영어 학습 자료 만들었다는 건 내년에도 우리 학교에서 근무 하겠다는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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